녀름의 로망은 '밥하는 엄마'말고 '글쓰는 엄마'

겨울잠자는 곰처럼 조용히 집과 사무실, 또 한 곳 홍대입구 탐앤탐스를 드나들며...
녀름은 묘운, 이유와 함께 엄마 또래에게 선물하기 딱 좋은 레드다이어리를 만들었습니다.

왜 녀름에게 "왠 엄마?" "왠 50대?"를 위한 다이어리? 라고 물으면,,,
녀름은 '아 내가 정말 생각한 바를 얘기하지 않고 뜬금없이 사는 구나'라며 반성을 합니다.

어릴적부터 녀름의 로망은 '밥하는 엄마'말고 '글쓰는 엄마'였습니다.
녀름의 엄마는 처녀시절 동인지 활동을 하며 문학 좀 하는 간호사였습니다.
어린 녀름이 보기에도 참 살림 못하는 엄마가 시집식구들에게 못난이 취급을 받는 것이 싫었고
일기장 빼곡히 쓰는 것처럼 글을 쓰고,
조금 시니컬 하신 작가님이었으면 했습니다.

가끔 엄마가 사는 집에 가면 엄마가 요즘 읽고 있는 책과 쓰는 노트를 뒤적뒤적 몰래 훔쳐봅니다,
읽고 있는 책을 보면 기형도와 이어령 사이에서 뭥미라고 생각할 때도 있지만
책 앞에 한 두장쯤 있는 빈 종이에 쓰여진 엄마의 글을 보면서는
누를 필요도 없지만 눌러지지도 않는 뭉글뭉글 잡히지 않고 익어만 가는
한이나 분노, 덧없음과 포기못함, 간절한 소망 등을 읽습니다.

중학교 시절 엄마가 쓴 시와 산문 등을 들고...
학교 앞 인쇄소에 가서 책으로 엮고 싶다고 했습니다.
인쇄소에서 아마도 오십만원에서 백만원 정도가 든다고 했고,
녀름은 꼬리를 내렸습니다.

여전히 엄마의 글을 사랑하는 마음과 언제까지나 글을 썼으면 하는 마음으로
천만원을 들여 천 권을 찍어낸 다이어리 중 한 권을 선물합니다.

이렇게 블로그에는 잘도 나불나불 털어놓는 이야기지만
아마도 엄마에게 다이어리를 주면서는 이 중 한마디로 못할 겁니다.
낯간지러운 말도 못하고, 엄마에게는만 유지하고 있는 제 캐릭이라는 것도 있거든요.

엄마에게 한 권을 주고 나면, 이제 999권이 남네요.
999권의 다이어리도 주인을 만나,
그녀의 어떤 이야기도 어떤 삶도 안고, 들어주는 소중한 존재가 되길 바래요.

-> 레드다이어리 제작기 중에서





by 녀름 | 2009/11/25 01:26 | 녀름_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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